[단편 이야기] 검은 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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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관문


하늘은 소사리아의 태양 주위 궤도를 배회하는 다른 세상에서 쏟아진 천연 마나에 온갖 색채로 물들었다. 여덟 기둥에서 발산되는 마법은 표면에 룬이 새겨진 거대한 검은바위 구조물에 집중되어 있었다. 바로 검은 관문이었다.

동지회 세력은 광신과 절박함을 무기로 싸웠다. 검은 관문은 바틀린 형제가 약속한 모든 것이었고, 실패는 곧 죽거나 감옥행을 의미했다. 이교도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곳엔 인간 외에도 동지회의 영향력을 이용해 데려온 다른 적들도 있었다.

브리타니아 세력은 훨씬 수세에 몰렸다. 마지막 순간에 임박해서야 검은 관문의 위치를 알아냈고, 함선으로 더 많은 병력을 수송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마법사들은 마나 중독으로 수개월간 약화된 상태였지만, 병상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마법으로 최대한 많은 전사들을 옮겼다.

듀프레는 눈썹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고 상황을 살폈다. 불의 섬의 화산들에서 떨어지는 부식성 낙진으로 공기는 뜨거웠다. 스카라 브래의 순찰자들과 여왕 자아의 가고일들은 적진을 향해 투사체를 비처럼 쏟아부었다. 강철 방벽의 성기사들은 오크 무리의 돌격을 막아냈다. 심원술사와 신비술사들은 정령들이 마법력으로 만들어낸 죽음의 춤사위에 맞서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면서 아홉번째 검은바위 기둥은 무너졌지만, 거짓 드루이드 바틀린이 거대한 악마로 변신한 후였다. 그는 불사신은 아니었지만, 듀프레의 많은 병력을 애먹일 만큼 강력했다.

이 혼란으로 관문이 열릴 시간을 벌었다. 마법이 어두운 표면을 마치 잉크처럼 타고 흐르기 시작하자 관문에서 거대한 손이 뚫고 나오려는 게 보였다.

듀프레가 뒤를 돌아보았다. 한 무리의 마법사가 검은 관문을 상대하기 위해 유물을 가져왔지만, 전장 건너편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건 듀프레 혼자였다. 성기사는 자신의 손에 들린 악마 아르카디온이 깃든 검은바위 검을 쳐다보았다.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듀프레는 광신도 호위 둘이 그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르는 걸 무시하고 관문을 향해 돌진했다. 성기사는 지친 몸이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아내 검은 관문을 내리쳤다. 마법이 깃든 검은바위끼리 부딪히는 소리는 전장의 모든 이들의 주목을 끌었고, 곧바로 다른 세계를 잇던 관문은 폭발했다.

자욱했던 먼지가 내려앉자, 검은 관문과 동지회 전선은 무너졌다. 트린식의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듀프레가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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