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이야기] 암울한 순간들
미동부시각 2020년 2월 18일 | 울티마 온라인 팀
다음 단편 이야기 시리즈 암울한 순간들 2편의 이야기 불길한 징조와 점멸을 만나보세요. EM 말라키가 여러분께 드리는 해적의 깃발 이후 이야기들입니다.
불길한 징조
양피지가 불에 붙었다. 끝자락부터 서서히 검게 타들어가는 모습이 마치 팔라딘의 기분을 대변하는 듯 했다. 다섯 번이나 자신의 생각을 적으려던 듀프레는 이내 포기하고 짐을 쌌다.
병사는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자신이 탄 배는 모든 선원을 태우고 항구로 돌아왔다. 자신도 부상을 당하고 피로에 찌들었지만, 듀프레는 치명상을 입은 자들을 치료사에게 모두 옮길 때까지 세세한 부분을 지시했고, 일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베스퍼는 안전했다. 한밤의 위협은 지나갔다.
듀프레는 여관에 있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던 길에 만나지 않길 바랬던 사람과 마주쳤다. 제프리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듀프레에게 붕대와 병을 건넸다.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자네라면 부상을 당하고도 치료사에게 보이지 않을 것 같더군."
방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던 듀프레가 얼굴을 찡그렸다.
"곧 떠날 참이었네."
"막 전투가 끝났는데 쉬지도 않고 축하연도 거른채 도시를 떠난다니 자네답지 않군. 우리가 이겼잖나. 안그래?"
"우린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뭐가 문제야? 그곳에서 뭘 본 거야?"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군. 내 공식 보고서를 읽어보게."
"그런 종이쪼가리에 뭐가 적혀있을 지는 알아. 난 자네 친구로써 정말로 무슨 일이 있던 건지 알고 싶은 거야."
듀프레는 한숨을 쉬고 짐을 내려놨다. 자리에 앉아 제프리로부터 병을 받고 병을 살짝 흔들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바다는 잭의 함대로 가득했네. 어디가 갑판이고 선체인지 분간할 수도 없을 정도로. 빌어먹을 함대 사방에서 괴성이 들렸네. 일부 젊은 선원들을 도망치고 싶었지만 어디에도 도망칠 곳은 없었지. 이런 때를 위해 내가 갖고 있던 술을 좀 나누어줬지."
"그 마법이 얼마나 끔찍한 지는 알고 있어. 트린식 함락 땐 더 끔찍하지 않았나. 난 우리가 도시를 포기할 때도 자네가 어떻게 사람들을 단결시켰는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네."
"강령술사들은 날 공포에 물들게 했지만, 난 그저 내 역할에만 충실했네. 물을 먹어 잔뜩 부푼 시체들이 배에 올라타는 걸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배를 자침시킬 수 밖에 없다는 걸 알았지. 그 와중에 우리가 잭의 기함 옆에 붙었을 때, 나는 샤미노의 얼굴을 봤네. 우리 친구의 머리가 뱃머리에 마치 트로피마냥 매달려 있는 모습을 말야!"
제프리가 얼굴을 찡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듀프레는 말을 이었다.
"샤미노의 머리는 다른 자들처럼 괴성을 지르진 않았지만, 쇳소리내며 내 이름을 불렀네. 내 이름을 말이야! 그리고 오직 순찰자만 알 법한 이야기를 했네. 우리 대포가 기함을 때리자 머리는 바다로 떨어지고 파도 속으로 사라지며 불길한 유언을 남겼네: '슬퍼 마라, 너도 멀지 않았으니' 라고."
"그건 강령술사의 농간이야. 자넬 분노하게 만들고 혼란에 빠뜨리려는 거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지금은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는 혼란스런 때지만 의구심이 날 지배하게 둘 순 없어. 난 알아야만 하네. 설령 내 목숨을 잃더라도 말일세. 내게 필요한 곳이 어딘지 알아야 해."
"무슨 계획이라도 있나?"
"수년 전에 페눔브라라고 하는 한 여자 예언자를 만난 적이 있네. 일식의 여식이라면 답을 알 지도 모르니, 그녀를 찾아야겠어."
"팔라딘께서 여정에 동행이 필요하지 않겠나?"
듀프레는 고개를 저으며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제프리가 말했다.
"그렇다면 안전한 여정이 되길 비네."
점멸
드루이드는 마법사 친구가 가시덤불로 넘어지기 전에 붙잡았다. 자아나는 이 숲을 잘 알았고, 산책을 위해 몇 가지 책도 골라서 가져왔다. 마리아는 문글로우 시장에서 유행하는 신발을 신고 있었고, 평소보다 뭔가 다른 데에 정신이 팔려있는 듯 보였다. 짧은 여정은 생각했던 시간보다 두 배가 걸렸다.
위습이 마치 슬픈 비구름마냥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평소처럼 밝은 빛이 아닌 무딘 회색을 내고 있었고, 다른 조리니아 구성체들은 그 위습을 피하는 듯 보였다.
자아나가 물었다.
"저 개체는 뭐가 문제인 거야?"
마리아는 숨을 고르더니 위습을 살펴보았다.
"추측을 해본다면 너무 오랫동안 전체 무리에서 떨어져 있었던 것 같아. 아무리 마법이라 하더라도 어떤 부상은 회복할 수 없지."
"하지만 내가 위습에게 영향을 주는 발생기 중 하나를 중지시키는 걸 도와주었는데. 다른 위습은 괜찮아 보이고."
"그리고 몇몇 위습은 도발하지도 않았지만 사람들을 공격했지. 어쩌면 조리니아의 위습들에겐 우리가 볼 수 없는 미묘한 차이가 있나봐."
"정말 이 일에 관여되고 싶은 거야? 피곤해 보이는데."
마리아는 이미 가방에서 마법책을 꺼내고 있었다.
"뭐라도 해봐야지."
마리아가 의식을 준비하는 동안 자아나는 근처에 있는 다른 위습에게 조언을 구했다. 위습들은 "급격한 에테르 파동"이라 불리는 뭔가에 대단히 격앙되어 있었다. 조리나이트 위습이 소사리아를 떠날 수 있었다면 엄청난 수의 무리가 자신들의 원래 차원으로 떠나버렸을 지도 몰랐다.
마리아가 위습 주위로 화려한 주문용 마법진을 그리는 걸 끝마치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Ort Lor In Grav Vas Wis"
마리아의 몸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위습 주위로 여러 광채가 나타났다. 위습의 안쪽 빛이 강렬해지더니 광채와 함께 깜빡이며 점멸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바람이 바뀌고 모든 게 멈췄다. 공중의 에너지가 폭발했고, 마리아가 공터의 반대편까지 날라갔다. 모든 위습이 마치 유리가 깨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자아나가 마리아를 돕기 위해 달려왔다.
"괜찮아?"
마리아가 동요하며 일어났다.
"안돼. 내 마법, 나와 마나의 연결이 사라져버렸어."
마리아는 위습을 쳐다보았다. 위습은 살짝 부르르 떠는 듯 싶더니 빛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