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이야기] 해적의 깃발 - 악마몰이꾼

EM NihilEM Nihil Posts: 267Event Moderator


미동부시각 2019년 12월 4일 | 울티마 온라인 팀


해적의 깃발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새로운 단편 이야기 악마몰이꾼이 공개되었습니다. 


악마몰이꾼


저자: EM 말라키


바람은 울부짖으며 눈을 예고했다. 이올로는 기운없이 구빈원으로 들어가 목발을 내려놓고 문을 닫았다. 그는 무거운 등짐을 옮기며 숨을 고르기 위해 벽에 기댔다.


작은 메리데스가 달려와 목발을 주워 그에게 건넸다. 그녀의 팔엔 눈이 짝짝이인 낡은 인형이 있었다. 이올로가 브리튼에 보급을 전해주는 와중에 발견한 파란 인형이었다. 


"이야기 하나만 들려주시면 안돼요?"


"당연히 들려줘야지."


이올로가 의자를 빼서 불가에 가까이 옮겼다.


"모두들 무슨 이야기가 듣고 싶니?"


부모를 잃고 부랑아가 된 핀이 와서 말했다.


"무서운 이야기요.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


캐시라는 이름의 작은 소녀는 자신의 엄마 알리나에게 뭔가 속삭였고, 알리나가 말했다.


"겨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군요."


메리데스는 이올로 앞에 놓인 바닥깔개에 앉아 자기 인형을 무릎에 앉혔다.


"진짜 있었던 이야기는 안돼요? 정말로 일어났었던 이야기요?"


이올로가 웃으며 류트를 켰다.


"그냥 이야기는 있는 것 같구나. 수년 전에 내게 일어났던 일이었단다. 내 평생 처음 보는 가장 추운 겨울에 있었던 일이지."


이올로는 매우 낮은 저음으로 류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말에게 신발을 신기러 코브로 향하는 길이었지. 펑펑 오는 눈을 헤치며 불쌍한 말을 끌고 가고 있던 때였단다. 내 피마저 얼릴 만큼 차가운 울음소리를 들었지. 그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가까워지는 거야!


주변을 살펴보니 근처 언덕 꼭대기에서 울음소리의 정체를 발견했단다. 쇠사슬에 묶인 네 마리의 커다란 늑대였지. 쇠사슬은 피나무 썰매에 연결되어 있었고, 털가죽과 송곳니를 가진 야수같은 자가 썰매를 끌고 있었던 거야. 머리엔 커다란 염소뿔이 달렸고 무시무시한 채찍도 들고 있었지. 그런 자가 날 보곤 소름끼치는 웃음을 지었단다. 그러더니 그 자가 커다란 나무조차 반으로 뚝 부러뜨릴 법한 소리를 지르곤 늑대 무리를 채찍질하며 썰매를 타고 우리에게 오는 거야!


악마가 우릴 쫓아오는 거에 겁을 먹은 내 말은 기겁하며 도망쳤단다. 나도 겁을 먹어서 고삐를 놓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지. 내 말은 숲 속으로 사라졌지, 눈은 계속 쌓이지, 멀리선 썰매가 멈추지 않고 나뭇가지와 작은 나무를 쓰러뜨리며 다가오고 있었단다. 마귀가 내게 점점 다가오는 거야!


그 괴물은 이 불쌍한 음유시인을 잡고 말았을 게야. 하지만 길 앞에 어떤 한 기수가 나타나 그 악마를 향해 달려갔단다. 말이 내 앞에 섰고, 기수가 붉은 머리의 여자인 걸 보았지. 그녀는 내게 서둘러 올라타라고 했고, 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올라탔단다. 그리곤 내달렸지!


말은 날랬고, 길을 알고 있었지만 두 명을 태우고 있어서 썰매를 앞지르긴 어려웠단다. 정신을 차린 내가 석궁을 그 괴물에게 쏘려고 했지만 화살이 걸린 거야. 그걸 본 괴물이 소름끼치는 웃음을 내더니 채찍질을 다시 하더구나!


나는 차마 이 친절한 사람이 날 돕다 죽게 할 순 없어서 말에서 내려 괴물과 맞서겠다고 했지. 그랬더니 그녀가 앞에 있는 길에 놓인 눈더미를 가르키며 거기로 가라고 하더구나. 만약 내가 거기로 뛰어 눈더미에 숨으면 쫓아오는 괴물을 따돌릴 수 있을 거라 했지.


아주 위험하고 극단적인 계획이었단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지! 그녀가 말의 속도를 살짝 줄이고 나는 뛰었단다. 뛰는 것까진 좋았는데, 착지는 영 아니었어. 눈더미이긴 했지만 땅바닥에 심하게 부딪혔단다. 눈더미 뒤에 간신히 기어들어가긴 했지만, 내 석궁하고 무릎은 작살이 나고 말았지.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긴 순간이었을 게야. 어디서 썰매가 올 지도 몰랐고, 싸울 수 있는 수단도 없었지. 잠시 후에 내 앞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단다. 기수가 날 잡아보라며 괴물을 도발하기 시작했지.


괴물은 악마같은 혀를 낼름거리며 소리를 질렀고 채찍을 세 번이나 휘둘렀단다. 늑대는 미친듯이 날 도우려는 기수를 쫓았지. 마지막으로 내가 본 건 그 소름끼치는 썰매로부터 도망치던 기수의 불꽃같은 붉은 머리였단다."


이야기가 끝나자 이올로는 청중을 살펴보았다. 캐시는 어머니의 품에서 잠이 들었고, 핀은 작게 하품을 했다.


"싸움 이야기는 없네요, 그래도 늑대는 좋았어요."


메리데스가 물었다.


"말을 탄 여자는 도망쳤어요? 괴물은 어떻게 됐어요?"


이올로가 웃으며 말했다.


"걱정마렴, 몇년 뒤에 미녹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단다. 그건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이야. 괴물은 말이다, 세상엔 그런 마귀들을 물리치는 선한 사람들이 늘 있단다."




이후, 구빈원의 대다수가 잠이 들자 이올로는 창가에 앉아 매섭게 펑펑 내리는 눈을 바라보았다. 날은 빨리 어두워지고, 추운 겨울이 될 터였다. 이올로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은 혼잡했다. 파괴된 사원은 침묵했다. 동지회는 브리타니아인의 삶에 깊이 자리잡았다. 그의 친구 샤미노는 여전히 실종 상태였다. 늙은 음유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올로는 뒤에서 어린 아이 하나가 잠꼬대를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등불을 밝기를 줄이고 돌아서서 구빈원에 모인 가족들을 보았다. 이 사람들은 이올로가 맡은 사람들이었다. 어둠의 세력이 어떻든 상관없었다. 항상 뭔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었으니까.

Sign In or Register to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