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이야기] 버려진 적들 - 필사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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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동부시각 2019년 10월 16일 | 울티마 온라인 개발팀


새로운 단편 이야기 필사의 게임이 공개되었습니다. 이에 해당 내용을 옮깁니다.


필사의 게임


저자: EM 말라키


장기짝의 모습이 다른 게 왕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왕의 장기짝도 아름답고 흑요석에 걸맞게 조각되어 있었다. 하지만 제작자는 붉은 쪽에 좀 더 신중을 가했다. 피나무 조각으로 만들어진 붉은 쪽의 장기짝이 좀 더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나이트는 휘어진 검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비숍엔 가고일이 조각되어 있었다. 룩의 뾰족한 성벽은 블랙손 성벽에 장식된 늑대 발톱을 떠올리게 했다. 체스판과 장기짝은 왕이 바틀린 경에게 체스를 두자고 제안했을 때, 그가 선물로 가져온 것이었다.


왕은 손가락을 까닥이며 체스판을 살펴보았다. 상대는 공격적이었다: 블랙쏜 왕은 바틀린 경의 나이트를 상대하느라 많은 장기짝을 이미 잃은 상태였지만 왕이 자신의 나이트를 적진으로 보내며 주도권을 되찾았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조롱박으로 장식된 슬루프 선이 커다란 갈레온 상선에 돌진해 부딪히고 호박 머리의 좀비들이 상선에 벌떼처럼 기어올랐다. 


좀비 선원들은 상대를 도륙하곤 시신을 자신의 배로 끌고갔다. 살아있는 선원이 끔찍한 좀비 중 하나의 머리를 베었지만, 머리 없는 몸뚱아리는 계속 움직이며 썩어가는 손은 살아있는 선원의 목을 노렸다. 


바틀린이 늑대 발톱을 닮은 성벽이 장식된 룩을 움직여 왕의 진영에 있던 폰을 잡곤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블랙쏜 왕은 체크메이트 상황에 빠졌다. 블랙쏜 왕의 룩은 함정에 걸려 잡힌 거나 다름없었고, 다른 장기짝은 흩어져 있거나 상대를 막기에 급급한 상황이었다.


"항복 선언을 하실 거면 언제든 말씀만 하십시오."


블랙쏜 왕은 고개를 저으며 비숍을 움직여 체크메이트에서 빠져나왔다. 사선으로 움직이는 비숍의 모습에 블랙쏜 왕은 마치 매사에 예측할 수 없는 마법사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법사는 속박의 마법진에 신중을 기했다. 심지어 마법진을 그리는데 그 비싼 은묵을 썼을 정도였다. 악마학은 이곳 문글로우에서조차 꺼려하는 것인 만큼 삼엄한 주의를 기했다.


마법사는 악마를 소환하고 조종하기 위해 의식을 시작했다. 정교한 주문을 반쯤 외웠을 때, 밀실에서 이뤄지던 마법과의 연결이 끊어졌다. 주문 시전에 실패하자 불길이 일어나며 속박의 마법진에서 악마가 탈출했다. 악마의 발톱이 마법사를 찢어발기고 있을 때조차 마법사는 마법이 실패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바틀린 경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킹을 쓰러뜨렸다.


"훌륭한 게임이었습니다. 언제 다시 한 번 두시지요."


블랙쏜 왕은 마지막 판을 복기하고 있었다.


"분명 다시 겨룰 날이 올 걸세."


"한 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일세."


"폐하의 명성을 들었을 때, 사실 전 좀 더 공격적인 게임이나 일방적인 게임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종종 폐하께선 킹을 보호하기 보단 폰이 잡히는 걸 막는데 집중하시던 모습을 보이시더군요."


"나는 폰에 애착이 간다네. 결국 삶이란 굴레에선 우리 모두 폰에 불과하지 않겠나."


바틀린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천상의 공허에선 어둠의 목소리에 조종당하는 수백의 영혼들이 시간의 군주 주위에 있는 사원들을 파괴하고 있었고, 시간의 군주는 점점 죄여오는 속박에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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